레일라는 금방 다시 돌아와서 선잠을 자고 있던 나도 다시 일어났다 잠깐 잔 사이에 스킬이 갱신되어 검술G와 그윽한손길이 패시브에 추가됐다
그걸 확인하고서 이대로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 레일라가 경계하기 시작할 것 같아 밖에 한번 나가 봐도 되겠냐고 물었다
"음...조금 걱정되는데..."
설마 못 나가게 하는건가 싶었지만 아이가 집안에만 계속 있는 것도 안좋겠지 라는 이유로 외출을 허가받았다 마을이 작아서 길 자체는
어렵지 않고 스론이랑 왔을 때 산의 방향도 알았으므로 대충 산 입구까지 가보기로 했다
지나가면서 몇 명의 마을 사람들과 지나쳤다
그 때마다 꾸벅꾸벅 인사를 건넸더니 스론과 함께 있던 걸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래 안녕~
하고 답해주었다 역시 착한 사람들이네
산 입구에 도착해서 다시금 둘러보았지만
나에게는 그저 나무와 풀로 보일 뿐
나물이나 약초를 구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저 호신용 단검을 들고 길을 잃지
않도록 지나온 길을 확실히 기억하며 걸어갔다
일단 지도스킬도 있으니까 길을 잃지는 않겠지
뭐 사냥감이라도 없나 하며 슬금슬금 산을
오르는데 나뭇잎이 떨리는 소리가 나서
그 쪽을 경계해 자세를 잡자 여자애 한명이 튀어나왔다 나보다는 키가 큰 애였다
'이 마을에서 내가 제일 어린건가...싫은데'
여자애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너 누구야? 처음 보는데?"
그렇게 말했다 레일라처럼 누가 봐도 연상인 것도 아니고 나랑 비슷비슷해보이는 애에게
존댓말을 쓰기도 싫었기에 반말로 대답했다
"내 이름은 이스 레일라누나네 신세지고 있어"
"그래? 나는 사샤야 근데 혼자 온거야"
"응 심심해서"
"너 같은 꼬맹이가 오기엔 위험하다구?"
사샤라고 말한 여자애의 눈에는 내가 꼬맹이로 보이는 것 같다 별 차이도 없으면서...
역시 내 몽둥이 맛을...은 농담이다 이런 꼬맹이 는 취향이 아니기에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나보단 네가 더 위험해"
"꼴에 사내아이라는 거야?"
"응"
자신 있게 대답했더니 사샤가 하핫 하고 웃는다
붉은색이 감도는 쇼트컷이 웃음소리에 따라 흔들린다
'평범하게 귀엽네...수준 높구만 이 세계'
"하지만 나는 산에 뭐가 있는 지 몰라 따라가도 돼?"
"그래 그럼"
"다른 사람들은 없어"
레일라에게 아이들이 모여서 산에 간다고 들었기에 물었다
"으응 이따가 시간 되면 모일 거야 지금은 어딧는지 몰라"
"혼자서 안위험해?"
"모험가 언니들이 몬스터를 잡고다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아이라서 그런지 무척 낙관적인 생각이었다
안이하다고 해도 좋다 겁이 없는 애다
나는 나물과 버섯을 채취하는 사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새로 생긴 그윽한 손길이 이런 애들한테도 통할까 궁금해져서
쭈그려앉아 버섯을 따는 사샤의 목덜미를 살짝 만져봤다
"햐으읏!?"
깜짝 놀란 듯이 소리쳐서 효과가 있는건지 놀란건지 알 수가 없었다
"뭐..뭐야!?"
"아니 뭐가 묻어서"
대충 얼버무리자 사샤는 약간 석연찮은 표정이었지만 다시 작업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 동안 대충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사샤의 뒤쪽에 있는 수풀에서 뭔가 반짝 거리는 건이 보였다 거리는 대충 5미터 정도
이런 산에서 반짝이는 물체는 하나도 떠올릴 수 없었기에 반사적으로 검에 손을 대며 지켜봤다
곧 반짝이는 게 사라졌다 했더니 순식간에 수풀 사이로 무언가가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똑바로 사샤의 목을 향해 커다란 발톱을 내질렀지만
옆에서 대비하고 있어 몸이 곧바로 움직였다
가까스로 녀석의 발톱을 막고 사샤를 멀리 떨어지게 하기 위해 소리쳤다
"사샤!!"
발톱과 검이 부딛히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본 사샤는 녀석을 보고 잠깐 몸을 굳혔지만
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떨어져! 사샤"
겁에 질려 차마 대답은 못하는 사샤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그걸 본 나는 다시 몬스터에게 집중했고 몬스터는 사샤가 도망치기 전에 나를 죽이려고 반대쪽 발톱을 내질렀다
나는 그걸 검으로 살짝 쳐올리며 몸을 숙여 공격을 피하고 녀석의 가슴에 검을 꽂았다
그리고 즉시 손목을 돌려 상처를 넓히고 바로 뽑아 몸을 돌려 그 기세로 옆구리를 찌른다
녀석이 몸을 돌려 다시 내 쪽에 발톱을 휘두르지만 나는 점프해서 그걸 피하고 떨어지는 기세를 실어 녀석의 목 뒤에 검을 꽂는다 그러자 잠깐 신음소리를 내던 녀석은
무너지듯 땅에 쓰러지고 움직이지 않게 됐다
혹시 몰라서 몇 번 검으로 찔렀다
그리고 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사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자 사샤는 고맙다고 하며 내 손을 잡았지만
그 순간 살짝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그윽한 손길은 이런 애들한테도 작용하는 거야?'
뭔가 닿을 때마다 흠칫거리니 사실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오늘은 돌아가는 게 어떨까?"
만에 하나를 위해 그렇게 제안하자 이스가 그러자면...하면서 동의의 뜻을 내비쳤다
"다른 사람들은 어떡해?"
라고 묻자 품안에서 어떤 마법도구를 꺼내더니
작동시킨다 삐이이이이이이익!
호루라기 같은 건가 하며 바라보고 있자
사샤가 이제 가자 하며 손을 내밀어왔다
손 잡아도 되는 거야? 싶었지만 다물고 손을 잡았다
그대로 산을 내려오자 몇 명의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어이 사샤 무슨 일이야! 그리고 그 녀석은?"
그 중에서도 체격이 큰 한 녀석이 물었다
"아.. 레이 나 그라코닐한테 공격당했어"
남자애의 이름은 레이라고 하는 것 같다
"뭐..!? 그라코닐이라니 용케 무사했네? 다행이다!"
아까 그 몬스터는 그라코닐이라고 하나
"아직 어린 놈이였거든 그리고 여기 이스가 날 구해줬어"
오늘 싸운 놈은 발톱이 거의 직선이었지만
클 수록 점점 길게 휘어져 낫 처럼 된다는 것 같다 크기도 2미터 가까이 자란다니 이런 시골에서는 상당한 몬스터겠지
"이스? 첨 보는 앤데?"
"이런 애가 그라코닐을 이기다니!"
"거짓말이지..?"
레이가 말하자 주위의 다른 놈들이 웅성거린다
"안믿어도 상관은 없어 사실이니까 그리고 위험하니까 이제 다같이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자
"꼬맹이가 잘난 듯이.."
한 놈이 맘에 안든다는 듯이 말했지만
사샤가 내 앞을 가리며 말했다
"이스를 무시하지마!"
그러자 다른 녀석들은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집에 가자! 하면서 뿔뿔이 흝어졌다
그걸 잠시 바라보던 사샤는 뒤돌아 말했다
"오늘은 고마웠어! 또 봐!"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사샤에게 나도 손을 흔들어 답해주고는 그라코닐의 피가 묻은 옷을 어쩌면 좋을 지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