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곳은 산 중턱이었다
주위에는 듬성듬성 나무와 바위들이 있었고 
나무가 없는 빈 공간에 나는 혼자 누워있었다

나도 모르게 꿈의 내용을 바꾼 건가 나는 세계를 가동하려했을 뿐이지 직접 들어가서 보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그렇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난 나뭇잎을 밟는 부스럭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어이 소년 이런 곳에서 혼자 뭐하는 거야?"

나는 처음 보는 아저씨의 등장에 멍 때리고 있었다 꿈에 다른 사람이 등장하는 것 자체는 
아무런 이상한 점이 없다 평범한 꿈이어도 그런데 루시드드림은 마음대로 다른 사람을 불러내는 것도 가능하니까

하지만 눈 앞의 아저씨는 평범한 꿈에서이의 나의 무의식이 프로그래밍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과도 루시드드림에서의 의식이 프로그래밍한대로 행동하는 사람하고도 전혀 달랐다 마치 자신의 의지로 정말 내가 이런 데서 뭐하는 건지 궁금해서 물어본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잠시 입을 붕어처럼 뻐끔거리며 할 말을 찾았지만 뭐라고 해야 좋을 지 모르겠어서 대충 거짓말로 둘러댔다

"배가 고파서 먹을 걸 찾으러..."

그렇게 말했다 아저씨의 차림새로 미루어볼 때
이 곳의 문명수준은 그렇게 발달한 편이 아니다
처음에 세계를 만들 때도 대충 우리 역사로 치면 고려 수준을 생각했으니까 물론 실제 고려의 생활 수준 같은 건 모른다 막연하게란 느낌이다
취미로 만드는 것이었으니...

"그렇구나 확실히 그래보이네"

아저씨는 나를 한번 훑더니 그렇게 말했다
나는 뭐야 아무리 애라지만 예의 없는 아저씨네
내가 거지로 보인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 꼴을 자세히 살펴보고 납득했다

처음에 산이라는 장소에만 정신이 팔려서
깨닫지 못 했지만 나는 거의 누더기나 다름 없는 수준의 옷을 입고있었다 사극드라마에서나 보던
거지꼴이었다 드라마에서 나온 노예들이 사실 더 깨끗한 옷을 입지않았을까 싶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좀 있으면 해가 질 거다 그런 꼴로 혼자 산에 있으면 얼어죽어"

아저씨는 걱정하듯이 말했지만 그런 말을 들어도 먹을 게 없는 것도 사실이고 갈 곳도 입을 것도 없었기에 아무 말도 못했다

"어쩔 수 없지... 내일 산에 왔을 때 죽어있는 것도 기분 나쁘고 오늘은 우리집으로 올래?"

아저씨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물론 나도 아무런 대책이 없기에 그러겠다고 하고 아저씨의 뒤를 따랐다

맨 발로 산길을 내려가자니 장난아니게 발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려가면서 아저씨가 이름이 뭐냐 몇살이냐 꼬치꼬치 물어왔지만
본명을 말하기도 그래서 판타지틱하게 성인 이만 남기고 이스라고 자칭했다 나이는 팔길이와 손가락 길이로 대충 11이라고 추측해 답했다

내 말을 의심 없이 믿어 준 이 아저씨의 이름은 스론으로 올해 33에 29살 아내와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큰 여관이 아니라 아내가 관리를 하고 자신이 숲에서 얻은 사냥감으로 저녁을 제공한다고 한다

그렇게 도착한 마을은 여기가 중세시골마을이다! 하는 듯한 느낌으로 마을 바깥은 야생동물을 막기 위한 나무울타리가 둘러있고 각양각색의 나무집들이 모여있었다
마을의 상태를 보아하건데 스론의 가게는 여관이라기보다 방 딸린 음식점에 가깝지 않나
생각했지만 그냥 다물고 있었다 

가게로 가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물었지만 스론이 산에서 쓰러져있는 걸 발견하고 데려왔다는 살짝 거짓말을 보탠 대답을 듣자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갔다
나는 가만 있기도 뻘줌하기에 그저 말을 걸어온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했다

그리고 드디어 스론의 가게에 도착했다
방 딸린 음식점이라는 예상 그대로의 가게였다
안에는 테이블 몇개가 놓여있고 바로 옆에 작은
주방 그리고 주방과 이어진 스론 부부의 방이 있었고 2층에는 5개의 객실이 있었다 
방이 그닥 크지 않은 걸 봐서 손님이 있어봐야
10명 전후이겠지

"여보 나왔어"

가게에 들어선 스론이 외치자 왔어요?
라는 말소리와 함께 한 여성이 밖으로 나왔는데
그 사람을 본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혔다
지금까지 지나쳐온 사람들도 제법 준수했지만
이 여성은 차원이 달랐다 부드러운 미소는 이야기속의 성녀를 보는 듯 하고 한쪽으로 모아 묶은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는 가슴위에서 사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가슴은 실제로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컸다 여성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는 가슴은 통통하지 않은 여성의 몸과 어울리지 않을 듯 하면서도 아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키는 나보다 조금 컸다 여성인 걸 생각하면 작은 키도 아니다
평민 여성들이 흔히 입는 원피스형 옷을 입고 있지만 그 미모는 빛이 바래지 않는다

'정말이지 이런 미인이 세상에 있어도 되는 거야!?'

루시드드림에서 야한 짓을 했을 때 안되자마자 바로 포기했을 정도로 여자한테는 관심이 없는 나였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세계를 만드는 것에 빠져 잊고 있었던 욕구가 배 밑에서 부글부글 끓는 듯이 올라오는 게 느껴져 나는 손을 모아 가린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어른 앞에서 손을 모으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 예의 바르구나 할 지도 모른다

이 세계의 예절따위 모르지만 꿈에서 세계를 기동 하자마자 여기에 떨어진 걸 보면 내가 만든 세계일 가능성이 높다 내 상식과 그렇게 다르지 않겠지

"어머 그런데 이 아이는..?"

스론을 맞아주던 여성이 옆에 있는 나를 보고 물었다 순간 눈이 맞았을 때 그 곳이 순간적으로 솓구쳐올라왔기에 황급히 눌렀다

"아아 그게 산에 쓰러진 걸 발견해서 말이야"

스론은 지금까지 마을 사람에게 했던 변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여성을 소개시켜주었다 이름은 레일라라고 한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같이 여관을 운영하는 부인이라고 그 말을 듣고 이런 평범한 아저씨가
초가 붙을 정도로 엄청난 미인이랑 같이 살다니 
인생에서 한번도 없었을 정도로 부러웠다

"그랬구나 아직 어린데도.. 잠깐만 기다려줄래?"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기다리라고 하는 레일라에게 네 누나 하고 대답했더니 잠깐 응? 하며 고개를 기울이더니 

"어머나 누나라니.."하고 작게 말했다

누나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은 걸까 약간 부끄러운 듯 했다 하지만 이런 미인을 아줌마로 부를 수도 막 만낫는데 이름으로 부를 수도 없었기에 당연한 호칭이었다
스론은 그저 말을 잘들으니 다행이군하고 생각하는 건지 애라서 방심하는 건지 나와 레일라를 소개하고는 사냥감을 내려놓으러 갔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레일라는 스프와 빵 몇개를 가져왔다 스프에는 작게 썰은 야채가
들었고 빵은 거뭇거뭇한게 조금 딱딱했다
흔히 호밀빵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녀석이겠지 일단 배가 고팠기에 레일라가 버릇 없다고 하지 않게 조심해가며 밥을 먹었다

"감사합니다 맛있었어요 누나"

그렇게 말하자 레일라는 기쁜 듯이 미소 지으며 
천만에~하고 대답했는데 그 미소가 정말이지 눈 부셔서 어떤 남자라도 한 눈에 반할 것만 같았다

"그럼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줄래? 이제 가게일을 해야되니까 영업이 끝나면 씻고 잠자리를 만들어줄게" 
"네 조용히 기다릴게요"

내 대답에 미소 지으며 일하러 가는 레일라는 뒷모습까지 아름다웠다 탄력 있게 솟아있는 엉덩이는 옷 너머로 봐도 그 라인을 알 수 있을 정도였고 걸을 때마다 사락사락하고 흔들리는 치맛자락 사이로 보이는 다리도 깨끗하고 이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저런 사람이라면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빼앗고 싶을 것 같은데 여기 사람들은 다들 착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면 레일라의 그 성녀같은 미소에 압도되서 켕기는 마음을 먹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간에 나는 이 만남에 감사하며 레일라가 남긴 향기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배가 불러서인가 어느 새 잠이 들었고 좀 이따 가게 일을 마친 레일라가 나를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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